《무림골프전: 천룡18홀》
제13화 – 시야를 잃은 전투, 적안검수의 함정
“빛이 없다.”
담우현은 천룡18홀 제13홀의 페어웨이에 첫발을 디딘 순간, 그것을 느꼈다.
하늘은 맑았고, 태양은 분명히 떠 있었지만, 이 홀에 들어선 순간부터 그 어떤 빛도 느껴지지 않았다.
시야 전체가 흐려졌다.
마치 눈앞에 얇은 검은 천을 드리운 듯, 경계는 흐릿하고 거리감은 왜곡되었다.
발 아래 잔디는 부드러웠지만, 한 발짝 옆은 벙커인지 구덩이인지조차 판단할 수 없었다.
이곳은 ‘몽야구역(夢夜區域)’, 무림에서조차 잊힌 금지된 지형.
천룡18홀 제13홀 – ‘적안(赤眼)’
- 전설에 따르면, 과거 시각을 무기로 삼았던 ‘적안검수’가 이 홀을 만들었다고 한다.
- 빛을 왜곡시키는 지형 기운 탓에, 일체의 시각 정보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
- 모든 플레이는 감각, 기감, 그리고 기억에 의존해야 한다.
우현은 조용히 숨을 들이켰다.
‘이곳은 눈으로 이기는 홀이 아니다. 오히려, 눈을 버려야 하는 곳이지.’
그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보지 않음으로써 보이기 시작하는 기류, 땅의 흐름, 바람의 밀도.
“이제야 제대로 보이는군.”
그 순간, 바람의 결이 갈라지며 누군가가 등장했다.
척. 척. 척.
발자국 소리.
그리고 느껴지는 강렬한 살기.
똑같은 무기를 든 자였지만, 그 기운은 마치 흉기 그 자체였다.
“너, 담우현이냐.”
그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
하지만 동시에 차분했고, 치밀했다.
“나는 적안검수, 사천일(邪天一). 이 홀의 창조자이자, 유일한 수호자다.”
사천일.
과거 무림대회 3연패.
천룡대련을 비롯한 모든 공식 시합에서 단 한 번도 이글을 놓치지 않은 괴물.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대회 기록에서 사라졌다.
그 이유는 단 하나—
그의 눈동자가 적색으로 변했기 때문이었다.
적안(赤眼)은 단순한 증상이 아닌, 시공간을 꿰뚫는 저주였다.
모든 사물을 왜곡하고, 상대의 시야에 환각을 만들어낸다.
그는 시야를 전투에 이용하는 무공을 창조해냈고,
결국 ‘이 세상에는 그와 대결할 수 있는 자가 없다’는 평판을 얻고 자진 은퇴했다.
“나와 네 대결은 단순한 골프가 아니다.
이건, 감각을 삼키는 도(道)의 대결이다.”
사천일은 붉은 클럽을 꺼냈다.
검을 닮은 클럽, 아니, 검보다 더 정밀하게 연마된 공의 검.
“내게는 두 번의 기회만 있다.
그 중 단 하나라도, 너보다 가까이 붙이면, 네 자격은 여기서 끝이다.”
첫 번째 타격 – ‘적안일섬타(赤眼一閃打)’
공은 보이지 않았다.
단지, 바람이 찢어졌고, 공간이 흔들렸다.
그리고 나서야, 담우현은 자신의 눈앞에 공이 지나갔다는 걸 깨달았다.
- 텅.
깃대를 살짝 건드리며 공은 40cm 떨어진 지점에 멈췄다.
풍노인조차 놀라 눈썹을 들썩였다.
“이건 단순한 기술이 아니야.
공이 궤적을 따라간 게 아니라, 궤적이 공을 따라온 것이다.”
담우현의 대응
그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샷을 떠올렸다.
그러나 이번엔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
‘방금… 공이 어디로 갔지? 내 눈으로 본 궤적이 진짜였나?’
이것이 적안의 무서움이었다.
시야를 의심하게 만들고, 그 의심을 틈타 실수를 유도하는 힘.
그러나 그 순간, 사부의 말이 떠올랐다.
“눈이 보지 못할 땐, 마음이 본다.
그리고 마음은 언제나 진실만을 기억한다.”
우현의 첫 샷 – ‘심안타(心眼打)’
그는 클럽을 쥐고, 스탠스를 낮췄다.
눈은 감은 채, 자신이 걸어온 홀의 바람, 흙, 잔디의 촉감을 꿰뚫는다.
그 샷은 느리고, 부드러웠다.
공은 마치 중력을 거스르는 듯 떠올랐다가,
- 척.
공이 홀컵 가장자리에서 단 한 번 튕기더니, 속으로 떨어졌다.
이글.
사천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심안을 쓴 건가.
그 기술은 내 적안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 있는 유일한 방식.”
최후의 샷 – 사천일
그는 마지막 클럽을 꺼냈다.
검은 연기를 두른 듯한, 낡은 샤프트.
“이건 내 마지막 도(道)다.”
‘적안쌍경타(赤眼雙鏡打)’
—샷과 동시에 상대에게 두 개의 궤적을 보여주는 환상술.
하나는 진짜, 하나는 가짜.
보는 자는 어떤 게 진실인지 결코 알 수 없다.
그러나.
담우현은 보지 않았다.
그는 공의 소리, 바람의 결, 땅의 진동만으로
사천일의 샷이 살짝 틀어졌음을 감지했다.
“중심이 흔들렸군.”
공은 깃대 왼편 1.2m에 안착.
결과 – 담우현의 승리
사천일은 웃었다.
“이 홀은 이제 너의 것이야.
적안을 이긴 자는… 이제, 무림도 볼 수 없겠지.”
그는 붉은 안대를 벗더니, 자신의 눈을 다시 감았다.
“내겐 아직… 너와 같은 마음의 눈이 없구나.”
[다음 화 예고]
제14화 – 수중의 괴곡(怪谷), 물속을 걷는 골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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